대형 게임사 매각 이어진, 2026년 상반기 10대 뉴스
2026.06.30 17:11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26년 상반기 게임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비용 압박'의 터널을 지났다. 코로나19 시절의 거품이 완전히 걷히며 소니, Xbox 등 글로벌 콘솔 플랫폼 업체마저 대규모 해고와 스튜디오 폐쇄를 단행했고, 국내 역시 중견 개발사가 줄도산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발 메모리 수요 폭발로 게이밍 하드웨어 가격이 연일 치솟아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얇아졌다. 게임업계와 게이머 모두가 잔뜩 웅크린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혼란 속에서 '게이머의 권리와 신뢰 회복'은 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키우기의 잠수함 패치 논란에 '전액 환불'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무너진 신뢰 수습에 나섰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디지털 게임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에 제동을 거는 '스탑 킬링 게임즈' 법안이 미국 캘리포니아 하원을 통과했다.
1. 메이플 키우기 전액환불
올해 1월에 수면 위로 떠오른 메이플 키우기 어빌리티 최고 옵션 미등장 오류에 대해 넥슨이 작년 11월 서비스 개시 시점부터 유저들이 결제한 금액을 모두 환불했다. 이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부분은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 상황과 함께, 이를 고지 없이 수정해 그 사실을 유저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소위 ‘잠수함 패치’로 유저 신뢰를 크게 훼손한 점을 반영한 조치였다.
그간 메이플스토리 IP 총괄을 맡았던 강원기 전 메이플본부장이 퇴사했고, 넥슨 강대현 대표가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아울러 PC온라인 메이플스토리를 이끄는 김창섭 디렉터가 부본부장에 자리했다. 전액환불과 무게 있는 인사 조치를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유료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 ‘전액환불’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하며, 관련 상품에 대한 더 책임감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시사점도 남겼다.
메이플 키우기는 전액환불 조치 후에도 구글 매출 1위에 복귀하는 등 매출적인 부분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운영 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좀 더 면밀하고 꼼꼼한 검수와 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2. 넥슨 패트릭 쇠더룬드 신임 회장 선임
넥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장직’을 신설했다. 2019년에 넥슨 자회사로 편입되며 한 식구가 된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이다. 400명 규모의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200만 장을 돌파하며 아크 레이더스를 흥행시킨 쇠더룬드 회장이 넥슨의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쇠더룬드 회장은 3월 31일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하며 신작을 포함해 넥슨 게임 라인업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기준으로 넥슨은 연매출 4,751억 엔(한화 약 4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 수치를 기록했으나,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에 그쳤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퍼스트 디센던트, 아크 레이더스까지 매년 묵직한 타이틀을 배출하며 매출 규모를 키웠으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경영 효율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추억의 게임이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버블파이터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오는 8월 13일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이하 크아)가 문을 닫는다. 크아는 ‘국민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정도로 각별한 타이틀이기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3. 붉은사막 600만 장 돌파
국내 게임업계를 통틀어 주요한 쾌거 중 하나는 장고 끝에 출시된 붉은사막이 출시 약 두 달 만에 글로벌 판매량 600만 장을 돌파한 것이다. 기존에도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싱글 패키지 게임이 있었으나, 붉은사막의 성공을 기점으로 공략 가능한 범위가 AA에서 AAA로 크게 확대된 분위기다.
국내외에서 주목한 점은 통상적인 싱글 패키지 게임과 다른 업데이트 행보다. 발매 초기만해도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으나, PC온라인게임 수준의 패치로 문제로 지적되거나 아쉽다고 평가된 부분을 수정하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러한 행보에,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 다수가 발굴되고 이 부분이 방송과 영상을 타고 널리 퍼지며 높은 관심도가 장기간 유지됐다.
이를 토대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DLC 출시를 예정한 상태다. 아울러 붉은사막이 보여준 게임성을 기반으로 차기작인 ‘도깨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펄어비스는 도깨비가 사전 프로덕션 단계에 접어들었고, 핵심 자원을 투입해 완성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4. 엔씨와 디나미스 원,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공개
올해 1분기에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한 엔씨소프트가 다음 목표로 ‘2030년까지 연매출 5조’를 제시했다. 그 바탕에는 20여 종의 신규 타이틀이 있고, MMORPG가 아닌 타이틀이 주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등장과 함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국내 신생 개발사 디나미스 원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다. 지난 1월에 엔씨가 디나미스 원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신전기 서브컬처 RPG를 표방한다. 일상과 마법이 공존하는 가상의 1889년 도쿄를 무대로, 마법 관련 부처로 발령된 공무원이 되어 겪는 여러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를 토대로 다소 약하다고 평가됐던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엔씨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퍼블리싱을 동원해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게임 다수를 선보이며 대대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엔씨의 비전이 반영된 타이틀이기도 하다.
5. 카카오게임즈, 카카오 떠나 라인야후로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가 카카오에서 라인야후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LAAA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신작 공백으로 인한 적자에 시달리던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통해 운영자금 3,000억 원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인수 발표 당시부터 거론된 라인게임즈와의 합병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며 일축했다.
국내 주요 게임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변경된다는 점은 업계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만 오딘을 빚어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한 자체 개발력에, 일본과 동남아에서 강점을 지닌 플랫폼을 갖춘 라인야후가 만난다면 카카오게임즈의 해외 진출에 탄력이 붙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 신권호 CFO는 6월 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라인 플랫폼이 동남아에서 강하며, 이들 지역의 소득수준이 상승하며 모바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라인야후와 카카오게임즈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향후에 공개될 전망이다. 아울러 더 이상 카카오 자회사가 아니기에, 카카오게임즈를 대체할 새로운 회사명도 고민해야 한다.
6. 위메이드 박관호 의장, 中 알리바바 관련 투자 플랫폼에 회사 매각
위믹스 해킹 사태 후 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던 위메이도 이번에 최대주주도 변경됐다. 회사를 이끌어온 박관호 의장이 본인이 소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을 중국 알리바바와 관련된 투자 플랫폼 회사 '네오펄스'에 매각한 것이다. 총 거래 금액은 약 9,200억 원이며, 네오펄스는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신작 개발을 추진하고, 중국 IT 기업 및 게임업체와 협력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해 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가상화폐 '위믹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으나 작년에 발생한 해킹 사태 및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가 이어지며 그 대미지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장현국 전 대표는 넥써쓰로 자리를 옮겼고, 박관호 의장이 경영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2025년에도 연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증가했으나 비용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미르 IP가 강한 중국에, 알리바바와 연이 있는 투자사인 네오펄스가 새로운 답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라인야후 계열사가 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중국 투자 플랫폼에 위메이드가 매각되며, 국내 주요 게임사의 소유주체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7. 롤 프로게이머 ‘룰러’ 조세회피
올해 상반기 국내 e스포츠를 흔든 사건이라면 역시 ‘룰러’ 박재혁의 조세회피다. 조세청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룰러’가 매니저 수행 명목으로 아버지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을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았고, 부친 명의로 주식을 거래한 것도 조세회피로 판단했다. 사건 자체는 과거지만, 지난 3월에 룰러 측이 신청했던 종합소득세 및 증여세 부과 심판 청구에 대한 기각 결정문이 공개되며 대중에도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이터널 리턴 프로 선수 다수가 ‘겸직 허가’를 받지 못하며 ‘룰러’ 사건이 다른 종목 선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일대 소동일 일기도 했으나, 병무청은 “무관한 사안”이라 일축했다.
이에 대해 LCK 조사위원회는 별도 제재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시효 자체가 지났고, 명백한 범죄 행위인 ‘탈세’가 아닌 조세회피인 점을 고려했다. 이어서 한국e스포츠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는 룰러’에게 사회봉사 40시간과 징계부가금 2,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박재혁이 2022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할 정도의 공인이기에, 이에 요구되는 품위 유지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올해도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종목이 포함되며, 대한민국 국가대표도 출전한다. e스포츠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에, 관련 규정도 격에 맞춰 손을 볼 때다.
8. AI 데이터센터발 게이밍 기기 가격 인상
게이밍 기기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다. AI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소비자용 RAM과 SSD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극심해졌다.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라도, RAM 가격이 기존의 2배 이상 높아져 게이밍 PC 구매에 대한 부담도 늘었고, PS5와 닌텐도 스위치 2, Xbox 시리즈 X/S까지 소위 ‘게임 콘솔 3대장’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스팀 머신도 512GB가 1,049달러(한화 약 161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되며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다. MS는 지난 26일 Xbox 시리즈 X/S 가격 인상을 발표하며, 내년 가을까지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 예상했고, 미국 대표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2028년이 되어서야 공급 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 에쿼티 리서치는 올해 3분기에 메모리 가격이 2분기 대비 40~50%, 4분기에도 30~40%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고, 2027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리라고 내다봤다.
게임 하드웨어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PS 플러스, 스위치 온라인 등 콘솔 온라인 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 패키지 게임 가격 역시 GTA 6를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리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게이머의 지갑이 전방위로 압박을 받으며, 검증된 게임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9. 소니와 Xbox도 버티지 못한 구조조정 압박
국내외 게임업계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개발 스튜디오가 자리한 콘솔 플랫폼 업체 소니와 Xbox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소니는 데스티니 가디언즈 개발을 종료하고, 그 개발사인 번지에 대규모 해고를 감행한다. Xbox 역시 신임 CEO가 부임한 후 닌자 시어리, 더블 파인, 컴펄션 게임즈를 독립시키거나 정리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소니는 번지를 인수하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강화에 나섰고, 12종에 달하는 신작을 준비했으나 이중 8개를 취소했다. 여기에는 업계 최대 실패작으로 손꼽히는 콘코드도 포함되어 있다. Xbox는 베데스다, 액티비전블리자드 등 대형 게임사를 인수하고 구독 서비스 ‘게임패스’를 통한 도약을 노렸으나, 게임 매출은 감소하고 게임패스 가입자 수도 정체되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코로나 19 당시 성장세를 타고 과하게 불어난 몸집을 정리하고, 유튜브나 틱톡 등에 밀린 게임산업의 한계가 드러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나타난 결과라 볼 수 있다. 유비소프트, EA 등 서양 대표 게임사도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해외 게임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넷이즈와 텐센트 역시 관련 활동을 축소하는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마동석 주연 게임으로 관심을 끌었던 나고시 스튜디오의 ‘갱 오브 드래곤’도 향방이 묘연해졌다.
국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무당: 두 개의 심장으로 이목을 집중스켰던 이브이알스튜디오는 폐업 수순에 접어들었고, 로드 오브 히어로즈로 이름을 알렸던 클로버게임즈는 파산했다. 엑스엘게임즈의 ‘더 큐브, 세이브 어스’는 출시 2주 만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국내 게임업계에 대해 대형 게임사와 소규모 인디 개발사 사이를 채워줄 중견업체, 소위 ‘허리가 사라졌다’는 위기감이 더욱더 고조됐다.
10. ‘스탑 킬링 게임즈’ 법 美 캘리포니아 하원 통과
싱글 패키지라도 실물이 아니라 디지털로 구매하는 것이 대중화되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구매한 디지털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되면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유비소프트 레이싱 게임 ‘더 크루’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가 유저 반발로 철회했고, 이를 기점으로 ‘구매한 게임의 실행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스탑 킬링 게임즈(Stop Killing Games)’ 운동이 일어났다.
지난 5월에 미국 주요 게임사가 밀집한 캘리포니아 주 하원에서 ‘게임보호법(Protect Our Games Act)’이 가결됐다. 내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는 게임은 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60일 전에 고지하고, 온라인 연결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전액 환불해야 한다. Xbox 게임패스 등 구독제로 제공된 게임이나,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 등은 제외된다.
‘스탑 킬링 게임즈’ 운동은 게임에 대한 소비자 권리를 지키고, 고전 게임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올해 최대 기대작 ‘GTA 6’ 디스크 없이 출시된다고 발표되며, 디지털 게임에 관련해 소비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다만 시장성이 사라진 게임에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패키지 형태로 출시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위축 등 업계 입장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도 요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