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포기 큰 실망" 소니에 쏟아진 각계각층 십자포화
2026.07.03 12:09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7월 1일 발표된 소니의 게임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 예고에 게이머를 넘어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게임 보존, 소매점 생태계 전망을 고민하는 진지한 의견부터 소니의 결정을 비판하는 각종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기민하게 반응한 쪽은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게임 상품 제작∙유통사다. 실물 게임 컬렉션 제작 및 유통사로 잘 알려진 iam8bit는 지난 7월 2일 공식 성명을 통해 ‘2028년에 실물 게임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소니의 결정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 실물 게임은 게임 보존, 소유권, 소비자 선택에 매우 중요하며, 이는 2016년 첫 실물 게임 출시 후 iam8bit를 이끌어온 가치다. 이러한 가치에 대한 자사의 헌신은 변함없다. 실물 미디어여 영원하라’라고 밝혔다.
게임 대여 서비스도 소니의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게임 대여 서비스 업체 게임플라이(GameFly)는 “게임플라이는 실물 제품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운영한다. 이는 창립 초기부터 회사의 핵심 가치였다. 우리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수집가이자, 게이머이며, 영화광이다. 그렇기에 실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힘을 믿는다”라고 전했다.
게임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다수는 게임 판매량에서 디지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소니의 이번 결정은 게임 판매에 대한 주도권을 플랫폼 업체가 온전히 지니는 것이기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니코 파트너스(Niko Partners) 다니엘 아흐마드(Daniel Ahmad)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판매 비중 증가는 시장 추세지만, 현재 시점에서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전적으로 소니의 비용 절감, 중고 시장 없애기,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한 수익 100% 확보를 위한 플랫폼 주도의 결정이다”라며 “플랫폼 운영자가 환불 및 서비스 종료 시 접근 권한 제공 등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니 스스로가 E3 2013에서 Xbox를 겨냥하여 선보였던 영상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MS는 Xbox One을 신제품으로 소개하며 하위호환을 지원하지 않고, 24시간에 한 번씩 온라인 접속이 요구되며, 게임이 계정에 등록되어 중고 거래가 까다로워졌다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소니가 경쟁제품으로 출품했던 PS4에서는 친구에게 디스크를 건네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게임을 빌려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짧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현재도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소니가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을 발표한 직후 “PS6에서 게임을 공유하는 방법도 영상으로 만들어달라”, “스스로가 조롱했던 악당이 되어버렸군” 등 최신 댓글을 통해 과거와 다른 결정을 내린 소니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해외 매체 IGN에서 이 영상을 패러디해 ‘PS6에서는 친구에게 게임을 빌려줄 수 없다’라며 비판하는 클립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도미노피자와 KFC도 이에 가세했다. 도미노피자 영국 공식 트위터는 소니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디지털 피자로 바꾸는 것만큼 말이 되는군요’라고 언급했고, KFC 스페인 공식 트위터는 ‘오늘부터 실물 치킨 판매를 중단하고, KFC 앱을 통해 PNG 파일로 받아볼 수 있다. 핀터레스트에서 PNG를 불법 배포하면 여러분 집에 찾아갈 것’이라 게시했다. 먹는 음식을 디지털로 판매한다는 황당한 비유를 통해 소니의 결정이 불합리함을 꼬집은 것이다.
‘스탑 킬링 게임즈’ 운동으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게임 보존’ 관련 기관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의 역사적 기록과 보존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비디오 게임 역사 재단(Video Game History Foundation)’의 프랭크 시팔디(Frank Cifaldi) 대표는 지난 20년간 제작된 대다수의 게임은 가정용 콘솔 게임이 아니었고, 디스크로 출시되는 경우는 더 드물었다고 밝혔다. 디스크로 나와도 데이원 패치로 게임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이에 디스크를 보관하는 것이 게임을 보존하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으리라 예상하며 이러한 미래에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 등 미국 게임업계 대표 협단체에서 박물관 등이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A는 문화유산 관련 기관이 디지털 복제 방지법을 개정해 작업을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는데, 업계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에 나서야 할 때라 언급했다.
게임 개발사 중에도 보존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인 곳이 등장했다. 인피니티 워드에서 크리에이티브 전략가이자 ‘fourzerotwo’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커뮤니티 매니저로 근무했던 로버트 볼링(Robert Bowling)은 신생 개발사 ‘//18.bravo’를 설립했다.
그는 7월 3일 신작에 대해 라이브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으며, 영원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작 중이라 밝혔다.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커뮤니티가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P2P 아키텍처를 지원할 것이며, 개발사가 문을 닫으면 타사 음악 등 자사에 저작권이 없는 요소를 제외한 모든 코드, 애셋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도 소니의 디스크 생산 중단을 지적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2027년 프랑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좌파 진영의 유력한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이다. 그는 지난 7월 3일 본인 X(트위터)를 통해 “2026년에 디스크 없이 GTA 6가 출시되고, 2028년에 소니가 게임 실물 디스크 판매 종료를 발표했다. 향후에 여러분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게임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 자산이며, 관련 법률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2027년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게이머에게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에 20% 내외였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디지털 판매 비중은 10년이 흐른 현재 8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소니가 디스크 판매를 중단하고 디지털에 집중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사업적으로는 타당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돈을 주고 구매한 기존 디스크 게임에 대한 보존과 디지털 게임 100% 판매에 맞춰 하위호환, 환불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요구된다. 소니가 성난 여론에 과연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